[빅데이터] 만 5세 취학, 여론동향과 벤처기업의 먹거리

만 5세 취학, 격렬한 논쟁 속 여론은 부정적 유아기 때부터 사교육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 긍정적 의견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 선행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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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아동의 초등학교 취학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발언 후, 인터넷 여론이 매우 뜨겁다.

지난 3일간 “취학” 관련 연관 언급 단어의 연관 관계 기준 워드크라우드/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 및 뉴스 댓글을 기준으로, ‘취학’이라는 단어와 연관 단어 언급량을 살펴보면, 교육부 장관 발언이 있은 이후, 관련 단어 언급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취학”관련 2022년 7월 27일-8월 3일간 연관 언급 단어의 연관 관계 기준 네트워크 차트/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연관 단어 그룹 분석

연관 단어 그룹을 크게 묶으면, 윤석열 대통령과 박순애 장관의 아동 발달에 대한 이해 부족, 초등학교 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을 지적하는 집단과(이상 네트워트 차트의 붉은색 영역), 유치원과 초등학교 간의 관계 설정에 대한 정책적인 이해 부족을 지적하는 영역(이상 네트워크 차트의 하늘색 영역), 그리고 공교육이 낮은 취학연령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학부모들의 걱정과 우려, 졸속 행정에 따른 교육 수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언급된 영역(이상 네트워크 차트의 녹색 영역)으로 구분된다.

유치원/어린이집 대상 유아용 스마트 클래스 ‘테비박스’를 운영하는 에듀앤플레이(대표 남광희)에 따르면,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의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유아교육을 위한 자체 콘텐츠 및 경험치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초등학교 일선에 만 5세 아동이 대규모로 취학할 경우, 교육 레벨에 상당 기간 혼선이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2021년 메가스터디 교육으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받을 당시 에듀앤플레이 남광희 대표는 “실질적인 유아교육은 유치원/어린이집과 가정이 밀접하게 연결돼야 효과가 높다”, “가정으로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교육 서비스를 공유하고, 가정은 아이들 활동 사항을 원으로 공유해서 교사 피드백을 받아, 보육 시스템의 상호 보완 관계”를 유기적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 5세 아동의 취학이 본격화될 경우, 소수의 뛰어난 영유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동에게 사실상 필수적인 “유치원 – 가정” 연계가 “초등학교 저학년 – 가정”으로 대체되어야 할 상황이나, 교육부가 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정책을 시행하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3일간 “취학” 관련 연관 언급 단어의 연관 관계 기준 긍/부정 언급량/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부정 기류의 확산

커뮤니티 여론도 부정 일색이다. 대체로 정치와 연결되어버린 정책은 특정 정당과 이익 집단의 목적에 따라 왜곡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문제’, ‘걱정’, ‘시기’, ‘혼란’, ‘갑자기’, ‘우려’, ‘부담’ 등의 단어가 ‘취학’과 함께 언급되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경험치 100일도 쌓이지 않은 초보 행정부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단계적인 정책 입안을 시도해야 한다는 정가의 상식을 아직 제대로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으나, 정책적으로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런 도전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정 기류가 확산되자,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예정에 없던 브리핑에 참석해 아직까지 결정된 바는 없는 사항이라며 여론 무마를 시도하기도 했다. 요컨대,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먼저 언론에 말이 돌았다는 뜻이다.

무조건 나쁜 정책인가?

만 5세 아동의 조기 취학이 무조건 나쁜 정책인가는 한 번쯤 되물어 볼 만한 사안이다.

먼저, 직장인 여성 입장에서, 출산 휴직, 육아 휴직을 다 채워도 아직 보육원 신세를 몇 년 더 거쳐야 하는 아이가 출근 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학교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이 무조건 나쁜 상황만은 아니다. 보육원 보육의 질이 천차만별이고, 한 번씩 터지는 보육시설에서 자행되는 아동 학대와 위생 불량, 안전 부실 등 각종 문제로 인해 신뢰가 높지 않은 민간 보육원 실태를 감안할 때, 전문 교육을 받은 초등교사가 아동 교육을 책임진다면 오히려 아이 교육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출산율 감소로 초등학교 일선 현장에는 교사가 남아돌아 문제라는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도 취학 전 아동을 위한 사교육 시장은 기형적으로 발달해 영어 유치원 등에 월 200만원 이상의 유치원비를 내고 있는 가정도 상당하다.

“취학”관련 2022년 7월 27일-8월 3일간 연관 언급 단어량/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벤처기업들에게는?

유아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콘텐츠에 특화된 벤처기업 입장에서도, 유치원/어린이집 보조 콘텐츠로 접근하던 부분을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초점을 바꿔 접근할 수 있다.

에듀앤플레이 관계자는 만 5세 취학에 대해, 일반적인 커뮤니티 의견과 달리 딱히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장의 타겟이 유치원/어린이집이냐, 초등학교 저학년이냐로 이름이 바뀔 뿐, 콘텐츠의 내용을 확대하고 고도화하는 현재의 사업 전략에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의미다.

오히려 좀 더 체계적으로 교육 시스템이 돌아가는 초등학교가 유치원/어린이집보다 더 효과적인 교육이 될 수 있으니, 공통된 틀에 맞춰 자신들의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인 시장 접근이 가능하다는 평이다.

사진=유토이미지

국가적인 인재 양성?

박순애 장관의 요지는 1970년대에 정해진 만 7세 입학이라는 규정이 당시에는 초등학교 1학년에게 한글 읽기, 숫자 읽기 같은 기초 교육을 했으나, 50년이 지난 현시점에는 이미 그런 기본 교육을 보육원과 유치원 등을 거치며 다 받고 오고 있으니, 좀 더 빠른 사회 진입을 도와주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50년간 사회 현실이 크게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과거에 정한 숫자에 얽매이지 말고 인재를 좀 더 효율적으로 길러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아이디어 자체는 틀렸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는 것이 긍정론자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다만, 좀 더 정책적으로 준비가 된 상태에서, 좀 더 여론을 모은 상태에서 구체화된 정책을 들고 나왔다면 지금처럼 여론의 맹공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회적인 변화는 언제나 벤처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장(場)을 열어준다. 만 5세 취학이 무사히 안착되면, 병역 1.5년을 감안해도 만 20대 초반에 사회 진입이 가능하고, 좀 더 도전적으로 사업에 도전하는 청년, 즉 벤처기업에 도전하는 인재들이 훨씬 더 많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