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빅스텝’에…주택시장 거래 위축 심화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의 후폭풍이 감지되고 있다. 집값 하락세는 서울 외곽에서부터 강남, 송파 등 중심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개최된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의 1.75%에서 2.25%까지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기준금리 도입 이후 사상 최초이며, 기준금리가 3차례 연속(4·5·7월) 인상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작년 7월 2.81%에서 올해 5월 3.90%로 뛰었다. 상호저축은행 주담대 금리는 4.91%에서 5.02%로 각각 1.09% 포인트, 0.11% 포인트 상승했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기준금리가 연내 추가 인상돼 연 2.5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경우 주담대 금리도 자연히 뛸 수밖에 없다.
주담대 금리 하단은 지난해 7월 2.81% 수준이었으나, 올해 5월 3.9%까지 뛰었다. 일례로 약 4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금리 4%의 월 이자 부담은 187만원 수준이다. 대출 금리가 5.5%로 뛰면 223만원, 7%까지 오르면 261만원까지 상승하게 된다.
앞서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의 경우를 살펴보면, 국내 기준금리는 각각 연 3.0%와 2.5%일 때 당시 신규 주담대 금리는 각각 연 6.81%와 5.63%까지 뛴 바 있다.
고금리는 주택 구입 예정자, 대출 포함 주택 매수자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더 큰 이자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수심리가 위축될 경우 거래가 감소하게 되며, 급매물이 쌓이면 집값은 하락하게 된다.
작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실제로 집값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5월 30일 이후 6주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4주 연속 0.02% 상승한 서초구와 용산·동작구(0.00%)를 제외한 전 지역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개발 사업에 대한 기대가 실리며 대선 이후 강세를 보였던 강남구는 최근 4주 동안 보합세를 유지하다 -0.01%를 기록하며 하락 전환했다. 강남구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 3월7일 이후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달 첫째 주(4일 기준, KB국민은행 자료)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33.9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7월 마지막 주(28일 기준) 33.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로 측정되며, 100을 기준으로 삼는다. 100보다 높으면 매수자가 많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다고 풀이하며, 100보다 낮을 경우 매수자가 많다고 응답한 중개업자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빅스텝으로 인해 한동안 주택시장이 위축되어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집값 고점 인식 및 금리 인상 부담으로 인해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집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 외로 대출 규제도 부동산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까지는 시행사 자체 보증을 통해서 중도금 대출 및 입주 후 잔금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분양 중도금 및 잔금 대출에도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된다.
올해부터 시행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에 따르면, 총 대출액이 2억원 이상일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 이하까지만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이달부터는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을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까지 확대하는 조치도 시행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주택 매수세 위축에 따른 거래절벽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